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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동물의 난자가 수정 후 배아로 되는 과정에서 ‘쓰레기 DNA(junk DNA)’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 독일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미국의 학술지 “발달 세포(Developmental Cell)”, 10월호(7권, 4호, 597-606)에 게재됐다.
쓰레기 유전자 또는 DNA란 표현은 의미 있는 정보를 담고 있지 않은 염기 서열의 유전자를 가리킬 때 사용되는 말이다. 이번 연구 결과의 요지는 역전위유전단위(retrotransposon)라는 쓰레기 DNA가 생쥐의 난자와 초기 단계의 배아에서 발현되어야 할 유전자에 활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역전위유전단위의 정확한 유래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에서 기원할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역전위유전단위는 사람과 생쥐 같은 포유동물의 DNA에서 발견된다. 보통 수십만 개의 복사체가 존재하며 유전체(genome) 가운데 다른 영역으로 끼어들거나 전파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금까지 무의미한 쓰레기 유전자 취급을 받았던 역전위유전단위들이 유전자 발현의 시작점으로 작용하면서 유전자 활성 패턴을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별다른 기능을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사람과 생쥐의 유전체 가운데 적어도 1/3 이상이 유전자 발현과 유전자 다양성(genetic diversity)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유전 물질들로 다시 정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던 역전위유전단위들이 생쥐의 난자와 초기 발달 단계의 배아에서 활성을 나타내는 현상이 포착되면서 확인됐다. 놀랍게도 역전위유전단위가 일종의 프로모터(promoter) 유전자로 작용해 여러 유전자들의 발현 활성을 결정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역전위유전단위가 배아의 발달 과정에서 다양한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한다는 연구 보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역전위유전단위에 의한 유전자 발현 패턴 변화는 매우 포괄적으로 전개된다고 볼 수 있다. 역전위유전단위는 무작위로 다른 유전체 영역에 삽입된 후 활동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역전위유전단위가 레트로바이러스로부터 유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같은 무작위 삽입 후 유전자 발현 조절 과정은 유전자 활동에 다양성을 부여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결과 종국에는 유전자 기능 변화까지 유도될 수 있다. 배아 발달 과정을 위해 준비됐던 일종의 작동 프로그램이 다시 바뀌는 셈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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